지금까지 한국 국제정치학사를 정리하는 주된 방식은 유학파와 국내파의 대립이었다. 이는 주로 지식의 기원을 중심으로 한 단순화된 구도이며, 궁극적으로는 ‘한국적’ 한국 국제정치학사 서술을 위한 일종의 지적 포석이었다. 본 발표는 한국의 초창기 국제정치학자인 조효원과 이용희의 냉전 국제정치론을 다루면서 기존의 한국 국제정치학사와 다른 방식으로 학사를 서술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조효원은 유학파, 이용희는 국내파라는 매우 단순하고 불균형한 구도 속에서 비교되었다. 이 글은 두 학자 모두 냉전의 도래라는 국제정치적 질서 변동을 국제정치학이라는 ‘새로운’ 지식 체계를 통해 포착했다고 해석한다. 조효원과 이용희는 미국에서 생산된 국제정치학 지식을 활용하면서 한국의 국제정치적 현실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지식의 기원을 따지는 방식이 아닌, 지식의 활용에 주목한 국제정치학사 서술은 글로벌 국제정치학과의 상호영향 속에서 발전하는 현재 한국 국제정치학의 역사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